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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B사감과 러브레터 (발췌)

원작 현진건 · 저작권 만료(퍼블릭 도메인)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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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야소군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죽은깨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훨렁 벗겨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찌거나 틀어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어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 똥만하게 붙은 것이라든지, 벌써 늙어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이 B여사가 질겁을 하다시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소위 '러브레터'였다. 여학교 기숙사라면 으례히 그런 편지가 많이 오는 것이지만 학교로도 유명하고 또 아름다운 여학생이 많은 탓인지 모르되 하루에도 몇 장씩 죽느니 사느니 하는 사랑 타령이 날아들어 왔었다.

기숙생에게 오는 사신을 일일이 검토하는 터이니까 그따위 편지도 물론 B여사의 손에 떨어진다. 달짝지근한 사연을 보는 족족 그는 더할 수 없이 흥분되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편지 든 손이 발발 떨리도록 성을 낸다.

아무 까닭 없이 그런 편지를 받은 학생이야말로 큰 재변이었다. 하학하기가 무섭게 그 학생은 사감실로 불리어 간다. 분해서 못 견디겠다는 사람 모양으로 쌔근쌔근하며 방안을 왔다갔다하던 그는, 들어오는 학생을 잡아먹을 듯이 노리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코가 맞닿을 만큼 바싹 다가들어서서 딱 마주선다. 웬 영문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선생의 기색을 살피고 겁부터 집어먹은 학생은 한동안 어쩔 줄 모르다가 간신히 모기만한 소리로,

“저를 부르셨어요?”

하고 묻는다.

“그래 불렀다. 왜!”

팍 무는 듯이 한 마디 하고 나서 매우 못마땅한 것처럼 교의를 우당퉁탕 당겨서 철썩 주저앉았다가 그저 서 있는 걸 보면,

“장승이냐? 왜 앉지를 못해!”

하고 또 소리를 빽 지르는 법이었다. 스승과 제자는 조그마한 책상 하나를 새에 두고 마주앉는다. 앉은 뒤에도,

“네 죄상을 네가 알지!”

작가의 눈

  •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직유법을 통해 인물의 외양을 추상적 형용사가 아닌 '곰팡 슬은 굴비'라는 구체적 사물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이 기법은 독자에게 강렬하고 감각적인 인상을 남깁니다. 당신의 글에서도 인물이나 사물을 묘사할 때, 예상치 못한 구체적 사물에 빗대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보세요.

  •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인물의 성격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그의 행동('뾰족한 입을 앙다물고')과 그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을 먼저 보여주는 간접적 인물 제시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성격을 직접 서술하기보다, 그 성격이 드러나는 행동과 주변의 반응을 묘사하여 독자가 직접 판단하게 만들어 보세요.

  •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편지 든 손이 발발 떨리도록 성을 낸다.

    격한 감정을 '화가 났다'고 설명하는 대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손이 발발 떨리도록' 같은 구체적인 신체 반응으로 묘사하여 보여줍니다. 이 기법은 감정의 강도를 독자가 생생하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인물의 감정을 표현할 때, 그 감정이 유발하는 신체적 변화나 무의식적인 행동을 포착하여 묘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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